자작시

이슬이 이슬을 만날 때

최인숙산호수 2012. 4. 12. 23:44

* 이슬이 이슬을 만날 때

 

 

이 꽃자리 먼저 맡았다고!

누가 그래?

구르다 멈추면 그 자리가 내 자리지

절벽에서 미끄러질 수 있는 자리라고

그럼 먼저 말라보는 것은 어때

두려워도 함께 있자는 말은 마

알고 있니

우린 서로의 가슴에 다른 세계를 품고 있는 걸

그러니 혹여 안아보고 싶단 말은 말아줘

아직은 곤두박질치긴 싫으니까

홀로 세상을 담아보고 싶다더니

그래도 하고 싶어

포기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

모든 시작은 두려운 거니까

서로 닮았다고 흉내 내지도 무섭게 굴지도 말라고

그런 비린내 나는 생각 따윈 잘라버려

봐, 너랑 싸우니까 꽃도 향기를 잃고 가시를 세우잖아

나비가 앉을 곳을 찾지 못하고

날갯짓이 또 우릴 위협해

사방이 적이야

처음부터 칼을 품고 있었던 거야

우린 말간 눈빛으로 세상을 경계해야 해

깜빡이지도 마!

너 지금 떨고 있니?

나 지금 떨고 있니?

 

                                   

<시작 에피소드>

 시간이 지날수록 자기를 열어 보이는 일이 힘들다는 생각이 든다.

생각에 치일 때마다 집 근처를 배회하는 것은 내 오랜 습관.

바쁘게 걸어가는 사람들이 길을 구부린다. 부딪히지 않고 걸으려고 애쓰며 드는 생각, 나는 이 길을 잘 걸어갈 수 있을까?

 

                                               다층 2012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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