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무, 떠나다
/ 최인숙(산호수)
나무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
돌아다니는 것이 틀림없어
몸 감추는 어둠 속에서
한 뼘쯤 키가 커서 돌아오는 것도 그렇고
바다 건너 공원에서
우연히 마주쳤던 것도 그래
그런 방랑기가 몸에 배서
한 계절 남겨두고 털어낸 나뭇잎들은
가지 말라고 너를 붙잡았던
손가락들이었겠지
어느 날 문득
굳어진 용암 속에서 마주친다 해도
이젠 놀라거나 뒷걸음치진 않을 거야
방랑을 뿌리로 삼고 떠도는 그림자들은
또 얼마나 깊은 뿌리를 내밀고 있는지
이젠 몸 가벼운 시간
우리 이번엔 바다를 건너볼까
파랑이 지겹다는 지중해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