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나무, 떠나다

최인숙산호수 2013. 1. 11. 10:40

* 나무, 떠나다

/ 최인숙(산호수)

 

나무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

돌아다니는 것이 틀림없어

몸 감추는 어둠 속에서

한 뼘쯤 키가 커서 돌아오는 것도 그렇고

바다 건너 공원에서

우연히 마주쳤던 것도 그래

그런 방랑기가 몸에 배서

한 계절 남겨두고 털어낸 나뭇잎들은

가지 말라고 너를 붙잡았던

손가락들이었겠지

어느 날  문득

굳어진 용암 속에서 마주친다 해도

이젠 놀라거나 뒷걸음치진 않을 거야

방랑을 뿌리로 삼고 떠도는 그림자들은

또 얼마나 깊은 뿌리를 내밀고 있는지

이젠 몸 가벼운 시간

우리 이번엔 바다를 건너볼까

파랑이 지겹다는 지중해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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