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이지러진 달

최인숙산호수 2014. 7. 18. 10:22

이지러진 달

 

 

포장마차도 구멍이 흐릿해야

그곳으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그림자를 포장 밖에 벗어둔 채

식탁과 조리대가

바퀴 위에서 균형을 잡고 있고

넥타이는 균형 풀며 들어오고, 뒤이어

운동화가 짧은 치마를 데리고 들어옵니다

인사는 안 해도 서로 식구처럼 붙어 앉아

운동화와 짧은 치마의 수다에 귀 기울입니다

멍게가 고추장에 투신합니다

닭발도 불 위로 올라가 내려올 줄 모릅니다

하루 치 상처를 지우려 넥타이와 운동화와 짧은 치마가 자기들 우울을

국자로 퍼냅니다 걱정과 스트레스는 자를수록 낙지발처럼 곤두서

달라붙고, 소리들이 천막을 뒤흔들고

지나가는 자동차에 부딪힌 말도 점점 웃통을 벗으며

땅바닥에 드러누우려 합니다 아니라고 내젓는

손짓이 뿌연 공기를 만듭니다

풀어진 넥타이는 운동화를 끌고

운동화는 짧은 치마를 잡고 길을 나섭니다

모두 이 밤의 경계 문드러진 골목이요, 강입니다 

 

불빛 싸늘해지면

식탁과 조리대가 굴리고 가는 바퀴

달도 그 바퀴에 감겨 굴러갑니다

바닥에 떨어져있던 그림자 어디에도 남아있지 않습니다

 

 

 

 

 

                                            2013 시와 문화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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