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쪽
당신은 바람을 안고 달릴 건가요 쓰다듬고 달릴 건가요 업고 달릴 건가요 매달고 달릴 건가요
손가락으로 가리킬 때마다 손끝에서 구름이 부풀어요
두리번거리며 갈 건가요
앙감질로 튕겨오를 건가요
바퀴 빠진 여행 가방처럼 질질 발을 끌며 갈 건가요
1라운드를 나서는 권투선수처럼 주먹을 꼭 쥐고 갈 건가요
어디를 가리켜도 바깥이 보이나요
어디를 열어도 바깥이 안 보이나요
어제보다 3g쯤 높아진 기분으로
내일보다 3cm쯤 흐려진 그림자로
흐트러진 머리를 쓰다듬어 줄까요
입을 크게 벌리고 양 볼을 포물선처럼 부풀릴까요
옆구리를 찌르는 손가락의 기분으로
막대기만 남은 솜사탕의 기분으로
저쪽을 가리키고 사라지는
당신의 두 번째 손가락
2015 한국동서문학 가을호
'자작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 관계자 외 출입금지 (0) | 2015.10.06 |
|---|---|
| 기러기는 남쪽으로 날아가고 (0) | 2015.09.18 |
| 꼬리가 생겼다 (0) | 2015.06.30 |
| 전등사에서 (0) | 2015.06.25 |
| 구름이 지나가는 오후의 상상 (0) | 2015.06.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