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저쪽

최인숙산호수 2015. 9. 10. 11:05

저쪽

 

 

 

 

당신은 바람을 안고 달릴 건가요 쓰다듬고 달릴 건가요 업고 달릴 건가요 매달고 달릴 건가요

 

손가락으로 가리킬 때마다 손끝에서 구름이 부풀어요

두리번거리며 갈 건가요

앙감질로 튕겨오를 건가요

바퀴 빠진 여행 가방처럼 질질 발을 끌며 갈 건가요

1라운드를 나서는 권투선수처럼 주먹을 꼭 쥐고 갈 건가요

 

어디를 가리켜도 바깥이 보이나요

어디를 열어도 바깥이 안 보이나요

어제보다 3g쯤 높아진 기분으로

내일보다 3cm쯤 흐려진 그림자로

흐트러진 머리를 쓰다듬어 줄까요

입을 크게 벌리고 양 볼을 포물선처럼 부풀릴까요

옆구리를 찌르는 손가락의 기분으로

막대기만 남은 솜사탕의 기분으로

저쪽을 가리키고 사라지는

당신의 두 번째 손가락

 

 

 

 

                    2015 한국동서문학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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