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러기는 남쪽으로 날아가고
그 무렵
기러기는 밤마다
달을 끌고 날아가고 있었고
나도 날개가 없을 이유가 없었으므로
긴 강을 따라가는 기분으로
온몸에 힘을 빼고
적막한 바람을 깃털 사이사이 끼워 넣으며
뜨거운 심장을 두근거리며
먼 곳을 향한 몸짓을 반복했으니
기러기 행렬 속에서 나는
날개와 날개 사이
밤마다 아버지의 낮은 목소리는
미아리 눈물고개를 넘고
나는 날카로워지다 가벼워져
자꾸 허공을 비집고 들어가 날개를 펼치고만 싶었고
길을 막아서는 늦가을
난 아무래도 겨드랑이가 간지러워서
먼 곳만 바라보던 어느 밤을 기억하는데
기러기는 오늘도 남쪽으로 날아가고
늦은 귀갓길
누가 나를 부른다
2015. 한국동서문학 가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