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기러기는 남쪽으로 날아가고

최인숙산호수 2015. 9. 18. 12:41

 

기러기는 남쪽으로 날아가고

 

 

 

 

그 무렵

기러기는 밤마다

달을 끌고 날아가고 있었고

나도 날개가 없을 이유가 없었으므로

긴 강을 따라가는 기분으로

온몸에 힘을 빼고

적막한 바람을 깃털 사이사이 끼워 넣으며

뜨거운 심장을 두근거리며

먼 곳을 향한 몸짓을 반복했으니

기러기 행렬 속에서 나는

날개와 날개 사이

밤마다 아버지의 낮은 목소리는

미아리 눈물고개를 넘고

나는 날카로워지다 가벼워져

자꾸 허공을 비집고 들어가 날개를 펼치고만 싶었고

길을 막아서는 늦가을

난 아무래도 겨드랑이가 간지러워서

먼 곳만 바라보던 어느 밤을 기억하는데

기러기는 오늘도 남쪽으로 날아가고

늦은 귀갓길

누가 나를 부른다

 

 

 

 

 

                    2015. 한국동서문학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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