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발선인장
편안한 바닥이다, 너는
바닥이라는 말에
까딱도 하지 않는 넌
편하다는 소리에는 끌려다닌다
바닥은 바닥일 뿐이라는
편견을 버리고
정신 차리라고
바닥을 철썩철썩 차올리는 너
답답할 때마다 끌고 다니던
골목쯤은 뚝뚝 꺾어버리고
비가 오거나
종아리가 더럽혀지거나
상관없다는 무관심으로
힘 잃은 발바닥의 기분을 맞춘다
바닥을 피해 다녔던 어제의 나한테
높고 날카로운 하이힐에서 내려오라고 까딱까딱
장난스러운 얼굴로 껌이라도 같이 씹자고 손짓을 한다
가볍게 끌고 다녔던 손바닥만큼의 그늘까지 오늘은 안녕이다
이렇게 질질 끌려 다니는 나도 어딘지
바닥의 성질을 갖고 있는 것이 틀림없기는 한데
오늘은 편하게 지낼 거다, 너랑 함께
바닥을 뒤집어보자는 아슬아슬한
내 말에 끌려다녀 줘서 들썩거려 줘서 손뼉 쳐 줘서
고맙다, 게발선인장
이젠 다시 선반 위로 올라갈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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