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젠가

최인숙산호수 2018. 9. 12. 12:30

젠가

 

 

 

 

당신은 벗어나고 싶습니까

54개의 벽돌 사이

54개의 골격 사이

 

32번 벽돌을 삭제합니다

창문이 생깁니다

창문이 뻥뻥 뚫어질 때마다

앞사람의 얼굴이 빨개집니다

 

그래도 당신은 벗어나고 싶습니까

부서진 창문을 통과하는 나비를 따라 나를 찾아오십시오

27번 벽돌을 빼낸 자리에서

입술을 깨물고 있는 나를 구하십시오

 

표정을 만들 수 없어

휴대전화 메시지를 지웁니다

엄지와 검지로 두드리면 벽이 기우뚱합니다

물렁물렁해지는 허공에 우리가 떠 있습니다

비라도 내리면 끝입니다

 

빼낸 벽돌을 옥상에 올려봅니다

지붕을 생략하고 높이가 늘어납니다

창문은 창문을 낳고 창문은 비뚤어지고

1부터 54까지 벽돌은

서로를 의심하며 제거하는 중입니다

꼭 함께 무너져야 하는가요

숨어 있는 비명을 꺼내며

손은 벌써 테이블을 내려치고 있습니다

당신 정말 여기서 벗어나고 싶지 않은가요

54개의 벽돌이 다시 움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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