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수용성 여름

최인숙산호수 2018. 8. 31. 12:30

수용성 여름

 

 

 

 

긴 리트머스 종이처럼

베란다는 반쯤 푸르고 반쯤은 붉다

자세히 보면 붉은 쪽은

커피의 얼룩이거나 그늘 아니면 지친 초록의 혀

화분에 물을 주는 것은

뜨거운 그림자를 걷어내고 차가운 그늘을 내리는 것이라서

그럴 것이다 그랬었다

멀리 물 흐르는 소리에 귀를 담근다

꽃과 꽃 사이, 어제를 접었다 폈다 꼬깃꼬깃 종이배를 접고 

어느 바이킹이 내린 닻인지

바닥에 닿은 넝쿨이 감을 막대를 세워주고

밉다와 곱다 사이를 건망증처럼 왔다 갔다 반복하고

바다 건너 가려고 했던 도시이름부터 지우면서

손자국만큼 시큼하게 물러지는 오늘

 

아침마다 산성인 기분으로 화분에 물을 준다

녹아내린 여름은

차고 넘쳐 발아래로 흘러내리고

이젠 발이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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