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자
그의 품에서 대나무는
나무가 아니다
바람, 새소리도
그의 품에서 그림자로 서 있다
흙과 불
어둠을 흐느낌까지
문신으로 새겼겠지만
그래도 대나무엔 긴 허공이 담겨 있다
끊어질 듯 이어지는 마디마디
뭉개지지 않고 더 자라지도 않는다
마디에 담겨 있는 꿈 거두어
안으로 안으로 뿌리내리게 한다
그는 대숲의 바람을 몸으로 마신다
그의 긴 숨소리에
안쪽의 어둠도 흔들린다
그는 나의 눈을 열고
대나무 잎을 푸르게 새겨 넣는다
어둠과 허공을
내 허락도 없이
난 눈을 크게 뜨고 주위를 둘러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