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열 번째 구름

최인숙산호수 2018. 8. 28. 12:30

열 번째 구름

 

 

 

 

나는 당신 등 뒤에 떠 있는 구름

돌아볼 때마다 당신은 목이 길어지고

다랭이논은 구불거리지

구름이 뒤집힐 때마다 가슴이 빈 서랍을 여닫는 것처럼

달그락거리는 것은 무엇인지

덜 익은 복숭아를 베어 문 것 같아

서랍 깊숙이 넣어 놓고 잊어버린 만년필이나

옷장 구석 돌돌 말린 팬티처럼

열 번째 꿈은 은모래비치에 멈춘 당신에게 닿지 않아

올해 제일 먼저 흰 꽃을 피우는 선인장을 옮겨 심고

네 개의 다리에 물을 주기 전에

두 개의 다리가 굳어지고

무성하게 쏟아지는 그림자를 흘려보낸다

태어나기 전에 쥐여주었던 청동거울이나

말하기도 전에 들려주었던 보리암의 북소리는 잊었어도 좋아

꿈을 이불처럼 개켜놓고

젖은 베개를 부풀려 봐

햇살 속에서 꼬리 없는 강아지가 뛰어나오고

열 번째 구름을 찾는 당신, 손을 넣어 봐

열 번째 꿈을 길게 열어봐

열 번째 꿈이 남아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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