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
누가 저 산 너머에서 스카프를 흔들고 있다.
얼룩진 창 너머로 어머니가 희미하게 웃고 계시네요. 넘어지며 다가서는 나를 팔 벌리고 기다리고 계셨네요. 어머니 품에서는 들판도 산봉우리도 울며 떼쓰다 잠든 아이, 오래 칭얼대던 비는 그렇게 젖 물고 겨우 조용해졌어요. 세상은 또 한 겹의 시간을 채우고 난 프리즘 눈망울을 갖다 대어요.
어머닌 가슴 한쪽 찢어내어 어린 나를 달래고 있어요. 흐트러진 머리에 가지런한 머리띠 씌워주면 손길 닿는 곳 일곱 빛 꿈이 피어나요. 숲은 가지런해지고 기우뚱하다 넘어지는 바람은 흉터투성이 무릎, 투박하고 질긴 유전자를 갖고 있을 거예요.
땀 닦을 때마다 자꾸 어머니가 지워져요. 어머니 등에서 세상이 촉촉이 젖은 얼굴로 웃고 있어요. 막막해질 때마다 어머니의 자궁을 꿈꾸는 것은 맑은 양수 한 바가지 그립기 때문이에요. 빨강과 보라 사이에서 주름진 어머니, 지워진 강 끝에 어머니 말씀 새겨두고 휘파람으로 꿈 한 자락 퍼 담아요.
천둥과 번개로 놀란 가슴 다독이다 잠드시네요.
- 동리목월 2012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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