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눈사람

최인숙산호수 2016. 12. 29. 09:48

눈사람

 

 

 

아무것도 모른다는 말에

묶여있었는지도 모른다

나무를 지운 흔적 속으로

새가 날아들었다, 사라진다

태양은 어제와 오늘

궤도가 달라졌다

굳게 닫힌 입술 속에서 하루는 뭉개지고

낮과 밤이 흐려질수록

내일은 따뜻해질 거라 믿는다

아무렇게나 벗어놓은 그림자들

시계의 초침은 움찔거린다

겨우내 풍경을 넘기던 손가락에 물집이 잡혔다

너와 나의 구분이 모호해질 때마다

숨쉬기는 한결 편해졌지만

머리카락은 아침마다

지난밤의 모음들을 바닥에 흩어놓는다

추워도 밖이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네 안에서 나는 항상 밖이었으니까

새가 날아오른다

계절이 뼈를 드러내는 동안

우리는 뒷걸음치며 계속 작아지는 중이다

붉은 아침이 고인다

 

 

 

 

       예술가 2016년 봄 제2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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