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백자

최인숙산호수 2013. 6. 17. 21:07

백자

 

 

 

그의 품에서 대나무는

나무가 아니다.

바람, 새소리도

그의 품에서 그림자로 서 있다.

흙과 불

어둠의 흐느낌까지

문신으로 새겼겠지만

그래도 대나무엔 긴 허공이 담겨 있다.

끊어질 듯 이어지는 마디마디

뭉개지지 않고 더 자라지도 않는다.

마디에 담겨 있는 꿈 거두어

안으로 안으로 뿌리내리게 한다.

그는 대숲의 바람을 몸으로 마신다.

그의 긴 숨소리에

안쪽의 어둠도 흔들린다.

그는 나의 눈을 열고

대나무 잎을 푸르게 새겨 넣는다.

어둠과 허공을

내 허락도 없이

난 눈을 크게 뜨고 주위를 둘러본다.

그가 없다.

 

 

 

 

                  2013. 문학청춘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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