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꼬리가 생겼다

최인숙산호수 2015. 6. 30. 10:52

꼬리가 생겼다

 

 

 

 

 꼬리가 잘렸다 꼬리는 잘린 순간부터 꼬리라고 꼬리를 꿈틀거린다 꼬리는 작은 돌 사이에서 작은 돌처럼 조용해지고 꼬리는 미세한 떨림으로 꼬리였다는 것을 증명하고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는 내 꼬리뼈를 만지작거리고 나는 내 방에서 꼬리 달린 작은 도마뱀이 되어간다

 

 창밖에는 연두에서 초록으로 부풀어가는 숲이 있는데 나는 내 꼬리가 무서워지고 꼬리는 꼬리를 따라다니며 꼬리치고 안 보이는 꼬리는 그래도 꼬리라서 나는 누가 볼까 두렵고 상자 속에서 모래가 된 모래는 나를 자꾸 건조하게 만들고 나는 이제 도마뱀이 아닌 도마뱀이 되어 오톨도톨 혓바늘까지 돋아 언젠가는 갈라질 혀를 내밀고

 

 한 쪽 발을 들고 오래 버티는 도마뱀 어딘가로 혀를 내미는 것은 그렇게 가벼운 일 사실 네게로 향하는 내 걸음의 무게도 다르지 않은데

 

 꼬리를 잘라버린 도마뱀은 나대신 나처럼 걸어 다니고 안 보이는 꼬리를 달고 누군가 방문을 열고 뛰어 나간다

 

 

 

 

                                                  2015. 시인정신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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